-中 취업경쟁으로 고학력 선호

-韓 대학원 진학 3500명 급증

-영어권 대학 입학기준 완화로 학사과정은 전년비 1% 줄어

-코로나로 어학연수생도 급감

-베트남 유학생은 크게 늘어

-지방대 학부 중심 50% `쑥`

중국에서 학부를 졸업한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올해 상반기부터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A씨는 "대학 졸업자가 많아지면서 이제 중국에선 학사학위만으로 좋은 일자리를 잡기가 어렵게 됐다"며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왔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의 유형이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유학생은 대학·전문대학에서 학사학위 과정을 이수하고자 하는 수요는 꺾인 반면, 대학원 석·박사 과정 이수자는 연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대학에 재학하는 중국 출신 석·박사 유학생은 1만9827명으로 전년 대비 3437명(21%) 증가했다.

2016년 석·박사 중국인 유학생이 1만43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새 규모가 1.9배 커졌다.

국내 대학에서 중국인 석·박사 유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주된 이유로는 중국 취업시장 내 구직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대학 학부 졸업자가 쏟아지면서 이제 중국에선 석사학위마저 `기본 소양`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원 입학에 대한 수요는 커졌지만 중국 대학원 정원은 한정돼 입학 지원 횟수조차 제한이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원 입학 수요를 인접 국가인 한국에서 일부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한 사립대학 국제처 관계자는 "대학원 유학시장에서 영어권 국가 대학들이 여전히 한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영어권 대학원은 입학·졸업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THE 세계 대학 순위 등 세계 대학 평가에서 한국 대학 순위가 중상위권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 중국인 유학생에게 매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대학의 학사학위 과정에 참여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3만7698명으로 전년 대비 344명(1%) 감소했다. 여전히 중국인 유학생은 전체 학부 유학생(재외동포 제외) 중 51%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증가세는 이미 3년 전에 꺾였다.

중국인 학부 유학생 수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7년 18%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17%, 2019년 4%, 올해 -1%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감소세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은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학부 유학생 증가세는 2017년 사드 갈등 이후부터 주춤해지기 시작했다"며 "영어권 국가 대학들이 중국인 학부생을 유치하기 위해 합격 기준을 낮추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국내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기준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연수과정에 참여한 중국인 유학생은 6785명으로 1년 새 6682명(50%)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 국제처장 B교수는 "대학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중국인 유학생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엔 대학 차원에서 어떻게 할지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중국인 학부·연수과정 유학생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진 한중인재개발원 이사는 "최근 미국·일본이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발표를 내놨고,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캐나다·호주·유럽 소재 대학 유학을 가기도 어려워졌다"며 "한국 대학에 대한 유학 수요가 내년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매일경제 11월 3일자 발췌